공간을 짓는 건축, 행복을 짓는 건축_『행복의 건축』
공간을 짓는 건축, 행복을 짓는 건축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행복의 건축』, 청미래, 2011
-2012.10 작성
사람들이 사는 세상은 크게 ‘시간’과 ‘공간’으로 이뤄진다. 사람들은 시간과 공간이라는 두 개의 차원이 만드는 큰 틀안에서 자아와 세상을 인식하며 살아간다. 시간이 끊임 없이 흘러가 보이지 않는 것이라면 공간은 사람이 항상 머물고 있어 자주 존재를 잊는 곳이다. 『행복의 건축』이 다루는 핵심 주제가 바로 '공간'이다. 공간과 장소, 그리고 건축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이 이 책을 흐르는 키워드다. 저자인 알랭 드 보통은 지금껏 다른 작품에서 보여준 것과 마찬가지로 역사와 철학, 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풍부한 인문학적 관점을 통해 건축에 다가간다. 건축하면 떠올릴만한 복잡한 설계도나 그 위의 수식, 난해한 용어 등도 없지만 건축의 본질인 공간과 장소, 그리고 사람의 관계에 대한 고찰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사람은 늘 어떠한 공간에 머문다. 직장인들은 사무실이나 공장 등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고 대학생들은 많은 시간을 강의실을 비롯한 캠퍼스에서 머물 것이다. 머문다는 것은 생활하는 것이다. 공간을 조금 더 사회적인 맥락으로 표현하면 ‘장소’다. 1평 남짓의 작은 방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형벌이라는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면 ‘참회와 고독’의 감방이라는 장소가 되는 것이다. 즉 공간과 장소는 생활의 배경이 된다.
건축은 바로 공간에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맥락 속에서 죽어있는 공간을 좀 더 사람이 머물고 싶은, 머물 수 있을 만한 장소(물론 감방에서 머물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겠지만)로 만든다. 때문에 건축은 단순히 설계와 시공이 아니라 종합적인 예술에 가깝다. 생활의 배경을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올해는 유난히 건축이 영화의 소재가 되어 대중적으로 주목받았다. 공공건축의 대가 고 정기용 건축가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영화 <말하는 건축가>를 비롯해 집을 짓는 과정을 사랑에 빗대어 서정적으로 표현한 <건축학개론>의 중심이 되는 소재 역시 건축이다. 두 영화는 공통적으로 ‘건축은 사람에 대한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준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아마 평소엔 인식조차 하지 못했던 공간과 장소, 건축 그리고 그 곳에 머무는 사람들의 의미가 마음 속에 탄탄하게 지어질 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