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과 사월에 읽은 책들
저는 동시에 여러 권을 읽는 편입니다. 가방에 넣어 다니는 책, 집에서 읽는 책, 침대 맡에 두는 책, 오래오래 찔끔찔끔 꺼내 보는 책 등등... 제가 이용하는 독서 관련 어플에 따르면 무려 11권을 '읽는 중'이네요. 읽은 책 중에는 오랫동안 이어 온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은 책도 있고, 매주 참여하는 시민 인문학 프로그램에서 주 텍스트로 삼아 숙제처럼 읽은 책도 있고, 지인에게 선물로 받은 책도 있습니다. 순전히 제가 찾아 읽은 책은 얼마 없군요. 아무튼 무슨 사연에서든 읽었습니다. 사실 책이든 뭐든 온전히 내 뜻대로 선택하는게 얼마나 될까 싶습니다.(어쩌면 그건 허상일지도 모릅니다) 읽었던 책에 대한 짧은 인상과 생각을 남깁니다. 이 중 몇 권은 나중에 페이퍼를 작성해서 올릴 계획입니다
1. 지그문트 바우만, 안규남(옮김),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동녘, 2013
전 지구적 불평등 문제에 대한 얇은 책입니다만, 사실 기억에 많이 남지는 않네요. 개인적인 고민으로 책에 집중하지 못해서 일까요. 불평등 담론에 익숙해진 탓일까요. 다음엔 불평등 문제에 조금 더 심도있고 정치하게 접근한 책을 읽어봐야 겠습니다. 단순히 '불평등이 이만큼 심각해'같은 메시지는 충분히 접한 것 같습니다. 켄트 플래너리와 조이스 마커스의 『불평등의 창조』와 같은 책에 관심이 갑니다.
2. 박상규·박준영, 『지연된 정의』, 후마니타스, 2016
'백수 기자와 파산 변호사의 재심 프로젝트' 두 저자가 법이 외면한 진실을 파해치고 법과 정의를 다시 이어주는 고군분투를 다룬 책입니다. 영화라면 훌륭한 버디 무비라고 할 정도로 흥미진진하고 통쾌하지만, 당시 사법부의 부당한 판결로 큰 고통을 받았을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3. 홍준성, 『열등의 계보』, 은행나무, 2015
아주 인상적인 소설. 저와 또래의 청년이 쓴 작품인데, 흡인력이 대단합니다. 재미와 메시지 둘 다 놓치지 않았습니다. 저는 지금 저의 삶을 살고 있는 걸까요?
4. 김영란, 『김영란의 열린 법 이야기』, 창비, 2016
처음 수험용 법학 과목을 공부하면서 막막했던 저에게 조금은 여유와 이해의 틀을 마련해 준 책입니다.(물론 수험용 법학 과목에 직접적인 도움은 되지 않습니다,.) '김영란법'으로 유명한 김영란 전 대법관이 법의 기원과 철학, 가치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 줍니다.
5. 오에 겐자부로, 정수윤(옮김), 『읽는 인간』, 위즈덤하우스, 2015
일본 문단의 살아있는 지성이자 양심인 오에 겐자부로가 '읽기'로서 열어 온 그의 삶을 담담하고 따뜻하게 풀어냅니다. 평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보다, 책과 읽기 그 자체, 쓰기 그 자체에 대해 더 말했던 스스로에게 부끄러워졌습니다. 다만 읽고 써 나가야 겠습니다.
6. 김민아 외, 『자비없네 잡이 없어』, 서해문집, 2018
한국 사회 속 직업과 노동, 그리고 삶에 대한 전문가-당사자들의 현실적인 진단과 대안. 읽으면 읽을 수록 일하기 싫어지는 현실이란
7. 레프 톨스토이, 이순영(옮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문예출판사, 2015
오오 사랑은 위대하나니... 잠시나마 사랑으로 충만해지는 거장의 경건한 단편들
8. 김창인 외, 『청년, '리버럴'과 싸우다』, 시대의창, 2018
거칠고 서툴지만 용감하고 매력적인, 그리고 타당한 '포스트모던-자유주의' 비판서. 냉소가 쿨한 것이며, 상대주의를 '진리'로 여기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9. 아마티아 센, 원용찬(옮김), 『센코노믹스』, 갈라파고스, 2008
"경제학은 인류의 풍요와 행복에 기여해야 한다" 기아와 빈곤의 극복, 인간의 안전보장을 위한 경제학 강의